캐나다 온타리오주 런던에서 본 ‘Pollinator-Friendly Habitat(수분매개자 친화 서식지)’ 표지판은 인상적이었다. 일반 주택가를 지나다 보이는 산책로에 표지판이 있었다. 꿀벌뿐 아니라 나비, 토종벌, 딱정벌레 등 다양한 수분매개자를 보호하는 공간이었다. 온타리오주는 토종 식물 식재, 네오니코티노이드 농약(꿀벌에 해로운 살충제) 사용 여부, 식물 식재량 등을 기준으로 정부에서 공원과 학교에 서식지를 인증해 준다. 미국(Bee City USA), 캐나다(Bee City Canada), 영국(B-Lines), 호주(Bee Sanctuary)도 토종 식물을 활용해 생태계를 보전한다.

한국의 밀원숲은 산림청 주도로 아까시나무 같은 꿀 생산량이 높은 나무를 심어 양봉 농가를 지원한다. 하지만 단일 수종 위주의 숲은 생물 다양성을 떨어뜨린다. 꿀벌만을 위한 숲은 다른 수분매개자를 소외시켜 숲 건강을 위협한다. Scientific Reports(2023)에 따르면, 야생벌 군집 유지를 위해 경관의 11.6~16.7%가 다양한 서식지로 구성되어야 한다. 국립산림과학원에 따르면, 산림생물다양성 보전 가치는 2020년 대비 2023년에 8% 증가했지만, 기후변화로 서식지 감소 우려가 크다. 1991~2010년 산림 면적이 연간 5,000㏊씩 감소한 것은 수분매개자 서식지가 부족함을 보여준다. 꿀벌만을 위한 밀원숲이 지속 가능할까.

수분매개자는 농업과 생태계의 핵심이다. 야생 수분매개자는 꿀벌보다 효율적이며 기후변화에 강하다. FAO에 따르면, 세계 작물 생산의 35%가 수분매개자에 의존하며, 감소 손실은 연간 235억~577억 달러(310조~760조 원)다. 북미는 토종 식물 식재, 농약 제한, 서식지 제공을 요구하고, EU는 생물다양성 전략으로 기준을 적용한다. 그러나, 한국엔 이런 인증 프로그램이 없다.

캐나다(Bee City Canada), 미국(Xerces Society), 영국(B-Lines)은 정부·NGO가 협력하여 건강한 생태계 조성을 목표로 한다. 우리 정부도 토종 식물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지자체가 지역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예를 들어, 제주도의 구상나무·섬백리향 식재나 ‘수분매개자 친화 학교’ 인증으로 밀원숲의 목적을 생태계 건강으로 확장해야 한다.
꿀벌만 살려 나비·토종벌이 사라지면 숲이 건강할 수 있겠는가. 모두의 숲이 되어야 한다.

출처: 한국일보(오피니언)
입력: 2025.08.13 04:30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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