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며칠 전, 폭우가 지나간 뒤 초록 잎 위로 선명한 붉은 점 하나를 발견했다. 축복과 행운의 상징, 무당벌레다. 모기, 파리와 같이 불청객인 곤충도 있지만, 무당벌레는 다르다. 진딧물, 깍지벌레 등의 해충을 하루에 50~100마리씩 처리해 주는 익충으로 친환경 농업에도 기여한다. 무당벌레가 살 수 있다는 것은 주변에 다양한 식물과 곤충이 존재하고, 오염이 적으며 먹이사슬이 작동한다는 것으로 적어도 도시의 생태계가 살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도시 생태나 관리 정책에서 곤충은 거의 다뤄지지 않는다. 국립생물자원관의 ‘기후변화 생물지표종’ 보고서도 기후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일부 식물이나 포유류, 조류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 곤충은 관리의 어려움과 계절 변동성, 정량적 지표화의 한계로 인해 배제된 것으로 보인다. 기후변화 지표를 넘어서 도시 생태의 건강성을 보여주는 지표종은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런 한계가 곤충의 생태적 가치까지 부정할 수는 없다. 아직 개발되지 않은 ‘도시의 생태 건강 지표’로서 곤충은 더 큰 가능성을 품고 있다. 예컨대, 무당벌레는 과학적 수치가 아니라 체감으로 전달되는 생명의 징표이자, 생태적 감수성을 자극하는 존재다.
독일 베를린은 도시공원에서 무당벌레 종의 다양성과 개체 수를 조사해 생태 건강성을 진단하고 있으며,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은 ‘자연 포용 설계’를 통해 곤충 서식 공간을 도시계획에 포함시킨다. 특히 파리는 인기 애니메이션 ‘미라큘러스: 레이디버그’를 계기로 무당벌레를 도시의 문화 아이콘으로 재탄생시켜 ‘레이디버그의 파리’라는 도시브랜드를 만들어 내기도 했다.

우리 도시들은 전통적으로 시화, 시목, 시조를 지정해 왔지만, 곤충을 도시 정체성의 상징으로 삼은 사례는 드물다. 무당벌레처럼 친숙하고 사람들의 감성을 자극할 수 있는 생명체를 도시의 생태 아이콘으로 삼는다면, 도시 생명력이 드러나면서도 시민들은 도시와 자연이 연결돼 있음을 느끼게 될 것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새로운 상상력이다. 복잡한 지표와 수치만으로 도시 환경을 설명하려 하지 말고, 무당벌레처럼 작지만 고마운 생명을 통해 도시의 생태적 감수성을 일깨울 필요가 있다. 우리 아이들이 생태적 감수성이 살아 있는 도시에서 자라며, 도시 곳곳의 작은 생명들과 함께할 수 있다면, 그곳이 곧 또 다른 공존의 도시는 아닐까.

출처: 한국일보(오피니언)
입력: 2025.05.21 04:3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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