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관문, 국제공항은 만남과 이별이 교차하는 곳이다. 각종 짐들 사이로 화려한 꽃들이 눈에 띈다. 장미 세 송이에 약간의 안개꽃이 섞인 꽃다발이 40달러(약 5만5,000원)다. 공항에서 당장 꽃이 필요한 사람들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종류도 다양하지 않다. 데이지와 화려한 색감을 가진 꽃들이 대부분이다. 이 꽃들이 어디에서 온 것인지 얼마나 많은 탄소 발자국이 들어갔는지 알 수 없다. 이것은 살아있는 생명일까, 아니면 정교하게 포장된 상품일까.

우리 일상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은 위안을 얻고 생명과의 교감을 위해 반려식물을 들이지만, 그 선택은 시장 논리에 길들여 있다. 정작 우리 주변의 산과 들에 피어나는 들꽃의 이름 하나 제대로 알지 못하면서, 인테리어나 하우징 잡지에 나오는 이국적 ‘외형’과 유행을 좇아 선택한다. 특히 독특한 무늬를 가진 몬스테라 희귀종이 수백만 원을 호가하며 거래되는 현실은, 생명의 고유한 가치가 희소성과 상품성으로 대체되는 우리의 현주소이기도 하다.

생명을 상품화하는 논리는 싱가포르 창이공항에서 가장 화려하게 나타난다. ‘지속가능성’의 상징처럼 찬사받는 ‘쥬얼 창이’의 거대한 실내 숲은 막대한 냉방 에너지와 인공조명을 필요로 한다. 비평가들이 이를 두고 항공 산업의 탄소 배출을 감추는 ‘그린워싱(greenwashing)’이라 부르는 이유다. 자연이 경이로운 생태계가 아닌, 소비를 위한 거대한 배경으로 전락하게 된 것이다. 공항의 장미가 개별 포장된 상품이라면, 창이의 숲은 시스템 전체를 포장하는 거대한 상품인 셈이다.

공항의 장미, 값비싼 몬스테라, 거대한 인공 숲은 모두 우리가 생명과 맺는 그 ‘관계’가 어떻게 상품으로 전락했는지를 보여주는 현주소다. 이것은 단순히 개별 소비자의 문제로만 볼 수 없다. 생명의 본질보다 가격과 효율, 화려한 외양을 우선하는 시스템 속에서 우리는 모두 자유롭지 못한 공범이면서 피해자이다. 인류학자 로빈 월 키머러도 언급한 것처럼 ‘자연은 상품이 아니라 관계’이다. 완벽한 답을 찾기란 불가능할지 모른다. 하지만 그 질문 자체를 포기하는 순간, 모든 것을 상품화하는 세상에 침묵으로 동의하는 셈이다. 40달러짜리 장미가 던진 질문은 결국 우리 자신에게로 향한다. 화려함 너머의 진정한 가치를 볼 것인가, 편리한 상품으로 소비하며 외면할 것인가. 그 선택의 무게를 직시하는 것, 그것이 잃어버린 관계를 회복하는 유일한 시작점이다.

출처: 한국일보(오피니언)
입력: 2025.07.16 04:3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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