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온 세상이 푸른 빛, 숨을 뿜어내는 누리달 6월이다. 북미 원주민들은 6월을 ‘딸기 달(strawberry moon)’ ‘초록 옥수수 달(green corn moon)’이라고 불렀고, 유럽에서는 ‘장미 달(rose moon)’이라 했다. 각 시기에 뜨는 달의 주기를 따라 계절, 생태, 생활 등에 이름을 붙여 쓴 것이다. 낯설지만 곱다. 오늘날 삶의 속도에서, 이런 이름들은 이해되지 않을 수도 있다. 스마트폰이라는 손바닥 세계에 갇혀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를 실제 들여다볼 마음의 여력이 넉넉하지 않다. 한국인의 하루 평균 스마트폰 사용 시간은 4시간이 넘는다. 뉴스를 스크롤하고, 영상을 소비하는 삶 속에서 우리는 생각하거나 감각하는 법을 잃어가고 있다.
건강과 생태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면서 도심에는 숲길과 산책로가 늘어나고 있다. 좁은 길을 걸으려면 속도를 늦춰야 한다. 그러면 들으려 하지 않아도 일상에서는 듣지 못했던, 그리고 들을 수도 없는 소리가 들려 온다. 고욤나무에서 감꼭지가 ‘똑’ 하고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자연의 소리는 배경음악이 아니라 생명의 언어다. 생태철학자 펠릭스 가타리는 이를 ‘생태적 감각’이라 부른다. 자연을 이용하거나 감상하는 것을 넘어, 존재로서 서로 듣고 들리는 관계를 맺는 일이다. 생명의 존재 신호를 통해 ‘나’를 ‘우리’로 확장시키게 된다.

산책로에서 어르신들은 대부분 스마트폰으로 음악을 크게 틀어 들으시고, 20, 30대는 이어폰이나 헤드셋을 끼고 다닌다. 아웃도어 차림의 중년 여성들은 집안 이야기로 바쁘다. 자연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은 감각을 회복하는 연습이다. 스마트폰 알림에 반사적으로 손이 가는 일상에서, 우리는 자신조차 잃어버릴 때가 있다. ‘자연의 소리는 우리의 감각을 다시 열어주는 열쇠’라고 하는 한 생태학자의 말처럼 그 소리는 우리가 생명체로서의 뿌리를 되찾게 한다. 하루 10분,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이어폰을 벗어보자. 옆 사람과의 대화도 ‘일시 정지’해보자. 작은 걸음, 우리 자신을 되찾는 시작이 될 것이다. 자신의 심장 소리를 듣는 것과 같은 경이와 생명의 리듬을 느낄 수 있다.

아는 만큼 보이고, 아는 만큼 들린다. 그 소리가 감각되는 순간, 함께 살아가는 ‘너와 내’가 아닌 ‘우리’가 된다. 6월, 자연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나만의 달 이름을 지어보면 어떨까. ‘감꽃 피는 달’이라고 부르고 싶은 것처럼 말이다.

출처: 한국일보(오피니언)
입력: 2025.06.18 04:30 수정 2025.06.18 13:51 27면
조회수: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