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극과 극은 통한다. 도시는 생존을 위해 끊임없이 진화한다. 르코르뷔지에(Le Corbusier)로 대표되는 모더니즘 도시계획은 자연을 배제하고 기계적 효율성을 추구했다. ‘빛나는 도시(La Ville Radieuse)’라는 이상 아래, 도시는 철저히 기능주의적 관점에서 재편되었다. 생산성 극대화를 위해 자연은 도시 밖으로 밀려났고, 그 자리를 대규모 공장과 고층 빌딩, 넓은 도로가 대체했다. 이러한 자연과의 단절은 기후변화, 환경오염, 도시민의 정신건강 악화 등의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했다.
기원전 6세기 바빌론의 공중정원이 제시하는 도시와 자연의 공존 모델은, 2,600년이 흐른 현대에 이르러 싱가포르에서 도시 규모로 실현되고 있다. 서울의 1.2배 규모임에도 약 50%의 놀라운 녹지율을 달성한 싱가포르. 도시 전체를 거대한 생태계로 재구성했다. 빌딩 옥상과 벽면의 수직 정원, 도로변 녹지, 주거지역의 생태 공원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전체가 살아있는 생태계로 작동한다. 자연의 형태와 과정을 모방하는 ‘장식적 요소’를 넘어, 생태계의 ‘근본적 작동 원리’를 도시 설계에 적용했다. 첨단 디지털 트윈 기술을 활용해 바람길, 물순환, 생물다양성, 에너지 흐름 등 실제 생태계의 시스템적 원리를 인프라에 구현했다. 사용자에 대한 공간 최적화를 위해 유기적으로 도시-자연의 공생 관계도 디자인했다.

디자인 성격이 다르지만, 애플 구글 아마존 등과 같은 글로벌 기업의 생태적 업무 공간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세계녹색건물협의회(WorldGBC)가 지적한 바와 같이, 자연 요소가 통합된 업무 공간에서는 직원들의 업무 성과와 만족도가 현저히 향상된다.

첨단 기술의 발전은 이러한 자연과 도시의 공존으로 우리가 경험해 보지 못한 제3의 공간을 만들고 있다. 실시간 환경 모니터링, 스마트 조명 시스템, 자동 관수 시스템 등을 구현하는 디지털 트윈 기술은 도시 속 자연을 더욱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보전하도록 한다.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분석하여, 최적의 도시-자연 공생 환경을 만들고, 도시의 효율성과 경쟁력, 시민들의 삶의 질을 높인다.
도시화의 역설적 진화다. 생산성을 위해 자연을 밀어냈던 도시가, 이제는 자연과의 공존을 통해 더 높은 경쟁력을 가지려 한다. 단순 트렌드가 아닌, 도시 발전의 필연적 귀결점이다. 이러한 공존의 패러다임은 미래 도시 발전의 핵심 동력이 될 것이다. 다만, 그 균형점과 사회적 합의는 또 다른 과제로 남게 될 것이다. 도시도 회귀한다. 모든 진화는 결국 시작점을 향한다.

출처: 한국일보(오피니언)
입력: 2025.02.19 04:3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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