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보니 포장마차가 되었다
밖에 나갈 엄두가 안 날 만큼 눈이 참 많이도 왔다. 어릴 적에는 발이 풍풍 빠져도 그 맛에 눈밭에 둥글고 놀았는데 이제는 눈으로 보는 기쁨으로 족하다. 눈이 와도 새들은 여전히 나뭇가지에 앉아 짹짹거리며 일상의 루틴을 그대로 하는 것만 같았다. 발코니에 살이 나간 우산 하나가 떡 하니 출입문 앞에 있어 웬 우산이지 한다. 간 밤에 엄마가 입양하신 길고양이 ‘찡찡이’가 집에 안 들어가고 밤새도록 눈을 맞고 창문 안쪽만 바라보길래 우산을 급한 대로 씌워주었다고 하셨다.


작년까지는 사실 고양이 두 마리가 방에서 엄마랑 함께 살았는데 올해는 상황이 달라졌다. 엄마가 키우시던 강아지 ‘사랑이’가 방을 차지하고 나서 고양이를 괴롭히니 고양이들이 들어올 엄두를 못 낸 것이다. 결국, 내 방으로 고양이를 데려와도 고양이들은 불안해서 발코니로 도망가기 일쑤였다. 고양이 집사라고 하기엔 경험이 부족해서 어떻게 돌봐야 할지 대략 난감이었다. 엄마는 사과를 담는 노란색 컨테이너 박스에 이불을 넣고 비닐로 문을 만들어 임시 숙소를 두 동 지어주셨다. 가을까진 그래도 괜찮았다. 아이들도 만족스러워 보였다. 해가 나면 테이블이든 어디든 올라가 늘어지게 잤고, 해가 지면 ‘엄마표 숙소’에 들어와 단잠을 잤다.

날이 차가워지면서 고양이 겨우살이를 걱정하던 중, 강아지 때문에 밖에서 밤을 보내야 하는 고양이 소식을 들은 찡찡이 엄마가 스티로폼 집을 두 개 만들어 주었다. 찡찡이도 호순이도 그 집이 마음에 들었는지 다음날 늦은 아침까지 네 발을 쭉 늘어뜨리고 한참을 자더란다. 이제 겨울도 끄떡없다 싶었다.
기온이 내려갈수록 밤에 핫팩을 하나씩 넣어주고, 집에 바람이 들어가지 않도록 비닐로 야무지게 막아주었다. 어느 날부터인가 찡찡이가 집에 들어가지 않고 발코니에 앉아 창문 안쪽만 바라보기에 배가 고픈가 해서 늦은 밤에도 밥을 주었지만 ‘야옹야옹’만 할 뿐 먹지도 않았다. 집에 손을 넣어 혹시 뭐가 있나 보아도 아무 이상이 없다. 눈이 이렇게도 많이 내리는데 그 많은 눈을 온몸을 동그랗게 말아 맞고 있으니 애가 탄다. 들어서 방에 넣어놓으면 나가려고 발버둥을 하고, 할퀴고 도망가버린다.
결국 우산 한 개가 두 개로 늘어나고 빨래건조대, 빗자루, 삽, 박스로 우산을 고정하고 비닐을 씌워 난장에서 자는 찡찡이에게 눈발이 날리지 않게 했다. 방석 핫팩을 넓게 펴서 이불 위에 깔아주고, 등에도 수건을 덮어주었다. 잠시 후에 수건을 깔고 누운 찡찡이이지만 어제보다는 좀 더 편안해 보여 다행이다.
‘사랑이 있어야 키우지. 사랑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가 없어’
그렇다. 비록 보기에 따라 누더기 포장마차가 되었지만, 그곳이 찡찡이에겐 천국이다. 밤이 깊어간다. 발코니 등에 비추인 찡찡이 포장마차에 마음이 찡하다.


Jan 28.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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