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아의 도시스카프] 영수증 있어야 앉을 수 있는 도시, 온기는 누구 것인가
스스로 나가야 했던 노인의 10분문은 열렸지만 머물 수 없는 공간지하철이 유일한 안식처 된 사회가장 낮은 곳을 덥혀야 공존한다 얼마 전, 한 도서관에서 목격한 장면이다. 뼛속까지 시리는 바람을 피해 로비로 들어선 어르신이 있었다. 한눈에 보아도 행색이 남루한 어르신은 출입문 앞 의자에 조심스럽게 앉으셨다. 그저 붉게 언 두 손을 호호 불며 몸을 더보기
스스로 나가야 했던 노인의 10분문은 열렸지만 머물 수 없는 공간지하철이 유일한 안식처 된 사회가장 낮은 곳을 덥혀야 공존한다 얼마 전, 한 도서관에서 목격한 장면이다. 뼛속까지 시리는 바람을 피해 로비로 들어선 어르신이 있었다. 한눈에 보아도 행색이 남루한 어르신은 출입문 앞 의자에 조심스럽게 앉으셨다. 그저 붉게 언 두 손을 호호 불며 몸을 더보기
병든 사과나무처럼 공동체도 연결 끊기면 죽는다문학이 먼저 포착한 ‘정서적 생태계로서의 삶터’아파트 숲과 간판 넘어서 사람들 잇는 공간으로스마트폰 잠시 내려놓고 일상을 다시 감각하라 최근 충북의 사과밭에 과수 화상병이 퍼졌다. 이 병은 세균이 나무의 혈관과도 같은 체관부를 타고 순식간에 번져, 한번 감염되면 나무를 뿌리째 뽑고 주변 토양까지 모두 갈아엎어야만 확산을 막을 수 더보기
49세에 퇴직당해 65세에 빗자루 쥔 노년일자리는 있는데 일은 없다는 정책 허점물속에서 차 마시는 상상력 어디로 갔나시니어 공공근로, 획일적 포용 넘어서야 연말, 스산한 거리에서 유독 눈에 밟히는 현수막이 하나 있다. 바로 ‘어르신 공공일자리 모집’ 공고다. 이 문구를 볼 때면 뜬금없게도 애니메이션 ‘주토피아 2’의 한 장면이 겹쳐 보인다. 물개들이 물속에서 우아하게 앉아 더보기
지하철 개찰구서 드러나는 나이 표식존엄을 지키는 교통 복지는 가능한가‘누구에게’보다 ‘어떻게’가 더 큰 의미우리 모두를 위한 ‘설계의 전환’ 필요 아침 출근길, 지하철 개찰구 앞이다. 카드를 찍으면 누구나 듣는 익숙한 소리, “삑.” 하지만 “삑삑” 하고 소리가 두 번이 난다. ‘경로우대용 카드’다. 이 작은 소리는 마치 단순한 요금 구분을 넘어, 매번 사용자에게 “당신은 더보기
면적 아닌 시간이 공간가치 결정가까움이 만드는 풍요로운 일상작은 녹색 점이 빚어내는 회복력발자국 쌓여 탄생하는 생활 온기 현대 도시는 밀도라는 숙명을 안고 살아간다. 밀도의 생명은 효율성이다. 도시가 숨 쉬는 방식은 거창하지 않다. 넓은 잔디밭, 호수도 필요 없다. 그저 도보로 몇 분 이내에 닿을 수 있는 작은 녹지면 충분하다. 30분 이상을 걸어가야 더보기
도심 곳곳서 ‘고깔 전쟁’, 사유화의 경계선표심 의식해 철거 방치, 대가 치르는 도시도로를 개인 주차장이 아닌 공공 공간으로시민들의 강한 용기가 질서와 품격 만든다 캐나다 온타리오주 런던 스프링뱅크 공원을 걷던 중 한 벤치 앞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녹음 사이의 평범한 나무 벤치. 등받이에 붙은 작은 금속 플라크가 햇빛에 반짝였다. 가까이 다가가 글자를 읽었다. 더보기
고인 이름 새겨진 캐나다 공원 의자익명의 공간이 ‘누군가의 발자취’로추모와 공감이 만나는 도시의 언어기억 공유할 때 공동체는 단단해져 캐나다 온타리오주 런던 스프링뱅크 공원을 걷던 중 한 벤치 앞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녹음 사이의 평범한 나무 벤치. 등받이에 붙은 작은 금속 플라크가 햇빛에 반짝였다. 가까이 다가가 글자를 읽었다. 16살에 세상을 떠난 한국인 소녀의 더보기
짧았던 여름휴가를 마치고 일상으로 돌아오는 시점이다. 시차를 두고 바뀌는 지인들의 SNS 프로필이 흥미롭다. 화려한 건축물이나 미슐랭 레스토랑 인증샷은 며칠이면 관심사에서 사라지지만, “공기가 너무 좋아서 하루 종일 밖에 있었다”는 짧은 문장에는 댓글이 많이 달린다. 산책로에서 마주친 상쾌한 바람, 가슴을 트이게 하는 맑은 공기,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 노천카페에서 즐겼던 더보기
들뜬 소음에 생기가 번져가는 가을, 축제의 계절이다. 각종 기름진 음식과 술 냄새, 그리고 어디에서나 통돼지 바비큐가 불 위로 돌돌 구워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주 무대를 비롯해 크고 작은 무대 여러 곳에서 온갖 노랫소리들이 흘러나온다. 밤이 깊어가건만, 상점에서는 하나같이 지역특산물인 막걸리와 튀김으로 방문객을 유혹하기도 한다. 국민 트로트에 각설이, 품바, 그리고 더보기
전시장 한구석에서 우연히 마주한 아이의 그림이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빽빽이 쌓인 네모난 상자들 뒤로 사회·수학·과학 영재들의 글씨가 경쟁하듯 촘촘히 쓰여 있었다. 그림 옆에는 또 다른 아이의 감상평이 덧붙여 있었다. “도시를 보는 게 신기한데, 너무 징그러워요.” 우리가 도시를 성취와 기회의 공간, 경제 성장의 동력으로 당연시해 오는 동안, 한 아이의 순수한 눈에는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