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화 봉화 춘양에서 만난 ‘영혼을 위한’ 송이호박국

몸은 움츠러들어도 마음을 나누고 사는 시골 마을 사람들 낡은 기름보일러 돌아가는 소리가 밤새 골목을 메운다. 한로를 지나 초겨울의 문턱에 들어가는가 싶다. 10일 아침 기온이 3도다. 살짝 내리는 빗방울이 마치 싸라기눈처럼 보이는 칼칼하고 맛깔나게, 그리고 알싸하니 추운 아침이다. 여기는 봉화군 춘양면에서도 아주 깊은 산골이다.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자연금이 나왔던 곳으로 최대 규모의 더보기

6화 “서리 내리기 전에 해야혀” 경로우대 없는 계절

옥수숫대 털어 정리하고, 고추 말리고, 남은 채소 거두고… 춘양 할매의 슬기로운 가을살이 가을이면 꼭 가봐야 할 여행지, 꼭 먹어야 할 음식, 꼭 들어야 할 음악, 꼭 봐야 할 영화 등 ‘꼭’이라는 잇템들이 방송이나 SNS에 소개된다. 그렇다! 보면 가고 싶고, 먹고 싶다.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겠는가! “이런 계절에는 뭘 먹어야 좋나요?”“먹긴 더보기

5화 ‘안전운행’ 유모차 밀고 출근하는 할매들

“내 전공은 풀매기”… 100년 가까이 춘양양묘사업소와 함께 한 시간들 흰 구름이 몽실몽실 뭉쳐 다니며 푸른 하늘을 마음껏 떠다닌다. 바람은 선선하고 솔향기 그윽하니 일하기 딱 좋은 날씨다. 아침 기온 15.2도이다. 아침 8시면 봉화군 춘양면 양묘사업소는 활기가 넘친다. 춘양면 다운타운을 중심으로 의양리, 소로리, 학산리, 서동리 등에서 할매들이 나비처럼 모여든다. ‘안전운행’이라고 크게 쓰여 있는 더보기

4화 사방이 할매네 집, 밤에 불이 꺼지면 비상입니다

서로가 서로를 돌보는 마을, 돈으로도 살 수 없는 춘양 할매들의 정과 사랑 달이 푸르스름하도록 맑은 밤 자정 무렵이다. 바람이 하도 선선하여 잠시 앉아 있다 그만 잠이 들고 말았다. “(탕탕탕! 탕탕탕) 할매요! 하알매요! 할매요…..! 하알매요!!” 문이 부서질 것만 같은 요란한 소리! 꿈인지 생시인지 밖으로 뛰쳐나간다. 윗집 사는 강할매가 꽃할매네 유리창을 부서져라 더보기

3화 봉화 춘양면에서 2년 살아보니… 이게 진짜 많습니다

과거사가 된 춘양역 앞 다방과 현재사를 쓰고 있는 억지춘양시장 인근 다방들 <편집자말>봉화군 춘양면에서 살며 일하고 있습니다. 2년여 시간을 살면서 놓치고 살았던 삶, 공간, 이웃의 이야기들을 나눠보고 싶습니다. 삶은 누리는 자의 것이요, 인생은 나눌수록 풍요로워지니까요. “춘양을 대표할 만한 인물이나 유명한 거 뭐 없을까요?”“음……. 아! 춘양에는 할배가 많아요! “네?”“다방이 많거든요~~!” 한 모임에서 내가 더보기

2화 서울 찐친 언니들이 춘양까지 왔다!

[보그 춘양] 세상은 누리는 자의 것 혜화역 일대 화려한 거리를 누비던 그 발들이 억지춘양시장을 막아선다. 말 잘못했다가는 한 대 맞을 태세이기도 하다. 그것도 웃으면서 말이다.  저 패션은 무엇인고, 소위 몸뻬 냉장고바지다. 글로벌 마켓 아마존에서도 팔리는 몸뻬. 디자인도 다양하고 신축성도 끝내준다. 남녀노소 상관없이 올콜(all call)이다. 주름도 안 가, 가격도 저렴해. 그래서 더보기

1화 2년이 지나자 비로소 봉화가 눈에 들어옵니다

비료부대에서 꿈은 자라고, 봄볕은 변함 없다 2년 전 필자는 경북 봉화라는 곳에 자리를 틀었다. 직장 때문이다. 봉화에 간다고 하니 다들 김해 봉하마을을 이야기했다. 그만큼 봉화라는 곳이 알려지지 않았던 탓이다. 필자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크다는 수목원인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이 경상북도 봉화군에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고, 그러한 봉화를 지금까지 모르고 있었다는 나 자신에게 더더욱 놀랐다. 더보기

11화 그래 가끔은 신발을 벗어보자

내려놓음, 그것은 포기가 아니라 더 큰 나를 위한 선택 “신발만 봐도 어디가 아픈지, 무슨 일을 하는지 감이 오죠. 그 사람의 성격도 보이고요.” 구두를 수선하시는 어르신의 말씀이다. 신발에 배인 삶의 흔적 신발은 가지 않는 곳이 없고, 밟지 않는 곳이 없다. 온갖 더러운 곳도 아름다운 꽃길도, 험악한 길도, 사람의 두 발이 디딜 더보기

토론토 공항 40달러 장미가 던지는 질문

여행의 관문, 국제공항은 만남과 이별이 교차하는 곳이다. 각종 짐들 사이로 화려한 꽃들이 눈에 띈다. 장미 세 송이에 약간의 안개꽃이 섞인 꽃다발이 40달러(약 5만5,000원)다. 공항에서 당장 꽃이 필요한 사람들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종류도 다양하지 않다. 데이지와 화려한 색감을 가진 꽃들이 대부분이다. 이 꽃들이 어디에서 온 것인지 얼마나 많은 탄소 발자국이 들어갔는지 더보기

감꽃이 소리 내는 6월

온 세상이 푸른 빛, 숨을 뿜어내는 누리달 6월이다. 북미 원주민들은 6월을 ‘딸기 달(strawberry moon)’ ‘초록 옥수수 달(green corn moon)’이라고 불렀고, 유럽에서는 ‘장미 달(rose moon)’이라 했다. 각 시기에 뜨는 달의 주기를 따라 계절, 생태, 생활 등에 이름을 붙여 쓴 것이다. 낯설지만 곱다. 오늘날 삶의 속도에서, 이런 이름들은 이해되지 않을 수도 있다. 더보기